내가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나는 경험하고 싶은 것보다 되고싶은 것이 더 강한 사람이다. 비슷한 의미겠지만 했다는 것보다 지속한다는 것에 의미부여를 한다. 그리고 비로소 '한다'라는 단어를 붙이고 어떠어떠한 사람이 되었다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무언가를 지속했다는 것은 전문가의 경지에 오르진 않더라도 비로소 무언가를 '한다'라고 할 수 있는 그 언저리에 다다랐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로 '나는 달리기를 한다', '나는 요가를 한다'라고 할 때 한다는 한번 해보았어가 아니라, 최소 어느 시간 이상은 지속하고 있어라 할 수 있겠다(지만 반전이 있으니 섣불리 판단하진 말라).
달리기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꽤 오래 전이다. 2013년 10월이 나이키 앱에 찍힌 첫 기록이고, 매달 2~6회씩 하다 2019년 여름들어 조금 꾸준히 시도하게 된다(이 때 첫 5키로를 뛰었다). 이 후 강동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 5월 중순 첫 달리기를 시도하고 이후 5키로를 기본 목표삼아 달려내고 있다. 그 말은? 스스로에게 여전히 나는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지.
나는 달리기를 시작할 때도 달려보고 싶은 마음보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달리기를 하는 동안에 어떤 쾌감이나 행복함을 느껴 그것을 동력삼아 달렸다기보다는 원했던 목표치를 달려내고 그 달리기를 '한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럼에도 2013년 첫 기록을 하고 7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되지 못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신발끈을 조이면서 역시! 나는 할 수 있다니까! 하다가도 러닝화를 1주일, 1달, 2달 쉬게 두고나서는 아 역시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될 수 없나봐 그저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멋져보였던게지라 좌절했다.
요가 - 아쉬탕가 - 수련
요가를 시작한 것은 2019년 더기의 추천이었는데 3만원짜리 원데이 클래스를 그자리에서 이거다! 싶어서 수련을 이어갔다. 헬스는 시도해본 적 없고 집에서 가벼운 홈트레이닝과 농구 동아리를 즐기던 나는 너무나 존경하는 소영쌤의 가이드 아래 에너지를 쏟아내는 운동이 아닌 에너지를 채우는 요가에 홀딱 반해버렸는데, 아쉬탕가가 주는 매력도 매력이지만 달리기처럼 나는 요가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달리기보다 아쉬팅가라는 운동 자체가 훨씬 재밌지만 달리기를 하는 사람, 요가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이유는 비슷했다.
아쉬탕가를 배우는 학생들은 보통 요가원의 수업을 듣고 정말 '수련'을 한다는 요기, 요기니들은 새벽 6시 ~ 7시 정도에 요가원에 나가 아무런 리드 없이 스스로 아쉬탕가를 수련하는 '마이솔'에 참가한다. 그리고 더기도 그 중 한명이다.
"실은 내가 요가를 좋아하는척 하는거 아닐까 싶기도해요 더기. 작년 새벽 마이솔 수련을 3번 정도 나간 뒤로 수차례 집에서 홀로 아쉬탕가 수련을 시도했는데 단 한 번도 못하겠는거에요. 애초에 시도하려는 마음을 다잡는 것부터 너무 힘든거야. 나는 그저 요가의 경험이 좋았을 뿐이지 요가를 정말로 좋아하는, 수련이 어울리는 그런 사람은 아닌 것 아닐까"라고 더기에게 고백했는데, 더기도 고백하듯 "아니다. 그거 정말 힘든일인거 맞다. '수련'을 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은 직업으로서 해내는 것도 있을테고, 나도 정말 너무너무 힘들어서 아침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서도 너무 힘들어서 다시 침대에 잘 때도 많다"라고 하더라. (오? 나의 요기 더기도? 하고 힘이 난건 비밀)
5월 중순을 마지막으로 사정상 요가원 나가는 것을 쉬고 있는 지금 달리기를 하는 사람, 요가를 하는 사람, 또 어떤어떤 사람이 되고싶은 나 자신을 들여다본다. 달리는 것을 멈추고 더이상 런닝화의 끈을 조이지 않았을 때, 새벽에 일어나 스스로 요가매트 위에 올라 수련의 마음을 다잡지 못했을 때 그저 실패의 연속이라 생각했던 때를 떠올린다. 그러면서도 1, 2키로를 달리면서도 죽을똥 말똥 내일은 못뛸거라던 작년까지의 나는 지금 5키로를 거의 비슷한 페이스로, 그것을 매일 달려내는 지금의 모습을 본다. 겨우 수리야나마스까라만 끝내고 이제 됐다!하며 매트를 접던 내가 이제는 그나마 유투버의 프라이머리 하프 시리즈를 틀어놓고 하프의 하프를 끝내기도 하는 모습을 본다.
~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믿음
달라진건? 내가 달리지 못하고 요가를 포기한 날 나는 실패했구나 여겼던 마음이 지금은 그 날조차도 여전히 무언가 되어가는 과정이라, 그 무언가가 되고싶고 계속 좋아하고 시도하는 마음을 간직한다면 내일은 10키로를 뛰고 있고 또 모레는 홀로 프라이머리 하프 시리즈를 풀로 다 채울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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